현명한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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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
가치투자의 고전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Benjamin Graham)

3줄 요약

1. 주식을 가격이 오르내리는 종이가 아니라 기업의 지분으로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2. 미스터 마켓 비유로 시장의 변덕과 기업의 가치를 분리해 생각하는 법을 익힙니다.

3. 안전마진 개념을 통해 얼마를 벌까보다 얼마나 잃지 않을까를 먼저 따지게 합니다.

에디터 인사이트

1949년에 나온 책입니다. 워런 버핏이 열아홉에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 그 책이기도 합니다. 버핏은 여러 자리에서 이 책의 8장과 20장만 제대로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밝혀 왔습니다. 8장이 미스터 마켓, 20장이 안전마진입니다.

미스터 마켓이라는 동업자

그레이엄은 시장을 매일 아침 찾아와 가격을 부르는 조울증 동업자에 비유합니다. 어떤 날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겠다고 하고, 어떤 날은 헐값에 팔겠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부르는 가격이 당신 회사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거래할 기회를 줄 뿐, 따를 의무를 지우지 않습니다.

두 번째 축은 안전마진입니다. 기업 가치를 100으로 계산했다면 60에 사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내 계산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대신 틀려도 견딜 여유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

이 책의 뼈대는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누는 데 있습니다. 방어적 투자자는 시간과 관심을 많이 쓰지 않으려는 사람이고, 공격적 투자자는 조사에 상당한 노력을 들일 각오가 된 사람입니다. 그레이엄은 대부분이 전자에 속한다고 보았고, 그 경우의 지침을 꽤 구체적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중 규칙입니다. 주식 비중을 25퍼센트 아래로도 75퍼센트 위로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장을 예측하는 대신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 기계적으로 되돌리라는 뜻입니다. 예측을 포기하고 규칙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자산배분과 발상이 같습니다.

방어적 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고를 때의 기준도 나옵니다. 충분한 규모, 안정적인 재무 상태, 오랜 배당 지급 이력, 이익의 꾸준한 증가 같은 항목입니다. 화려한 성장보다 끊기지 않는 지속성을 보는 목록입니다.

지금은 통하지 않는 부분

그레이엄이 젊은 시절 활용한 기법 가운데 일부는 지금 시장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순유동자산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회사를 찾는 방식은, 정보가 즉시 퍼지는 지금은 사실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자 본인도 말년에 개별 종목 분석의 효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남겼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서 가져올 것은 특정 공식이 아니라 태도 쪽입니다. 가격과 가치를 분리해서 보고, 틀릴 여지를 미리 계산에 넣는 습관입니다.

국내 주식에 적용할 때

방어적 투자자의 종목 기준을 국내에 그대로 대입하면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20년간 끊기지 않은 배당 같은 항목은 주주환원 이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시장에서 통과하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기준을 낮추기보다, 왜 그 항목이 들어갔는지를 보고 국내 조건에 맞는 대체 지표를 찾는 편이 낫습니다.

분량도 감안할 부분입니다. 번역본이 두껍고 문장이 촘촘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다 중간에 덮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핏이 말한 대로 8장과 20장을 먼저 읽고 나머지로 넓혀 가는 순서를 권합니다.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장

그레이엄은 물가와 투자자의 관계에도 한 장을 씁니다. 흔히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방어한다고들 하지만, 그는 그 방어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도 함께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같은 이익에 매겨지는 값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주식이 만능이라는 쪽이 아니라, 어느 자산도 단독으로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니 나눠 두라는 쪽으로 갑니다. 70년 전에 쓰인 장인데 최근 몇 년의 물가 국면에도 그대로 읽힙니다.

한 가지 감안할 점이 있습니다. 원저가 70년도 더 된 책이라 등장하는 기업과 수치가 지금과 맞지 않습니다. 국내 번역본 대부분은 제이슨 츠바이크의 현대 주석을 함께 싣고 있으니, 원문과 주석을 번갈아 읽는 편이 수월합니다.